환자중심의 분산형 임상시험(DCT), 국내 임상시험 시장의 과제
제이앤피메디 김진곤 이사
COVID-19가 불러온 전세계적인 비대면 열풍은 많은 산업에 영향을 미치며 임상시험 업계에도 큰 바람을 일으켰다. 임상시험대상자가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참여 동의 및 의약품 투약, 부작용 확인 등을 집이나 지역 의료기관에서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는 ‘분산형 임상시험(Decentralized Clinical Trials, DCT)’은 시장 내 화두로 떠오르면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미국의 제약사 모더나가 mRNA(메신저리보핵산) COVID-19 백신 임상시험을 DCT로 진행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모더나는 DCT 솔루션으로 12주 만에 3만여 명의 임상시험대상자를 모집하는데 성공했으며, 스마트폰으로 임상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최근 글로벌 컨퍼런스와 각종 임상연구관련 학회들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주제가 바로 ‘DCT’이다. 팬데믹 이후 이미 해외에서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단축시켜주는 DCT의 이점이 뚜렷하다는 판단 하에 제약사, 임상시험센터, 임상시험수탁기관(CRO) 등 이해관계에 있는 기관들의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및 CRO들은 위 사례를 바탕으로 국내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반면, 국내 제약사 및 CRO 등의 DCT에 대한 회의론적인 관점은 해외 사례와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금지사항(네거티브·Negative)만 지키면 나머지는 자유롭게 허용된다는 서구의 사고방식과 달리 허용된 범위 안에서 시도해야 한다는 한국의 문화와 인식의 차이로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DCT 도입에 대한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고 느껴진다. 지난해부터 보건복지부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 원스톱 스마트 임상시험 체계 구축사업을 통해 분산형 임상시험 시범사업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식약처 규제개혁 100대 과제 중 DCT가 제외되면서 많은 업계 관계자들에게 충격과 안타까움을 안겨주었다. 국내에서도 DCT가 자리잡고 임상시험의 선도국가로 나아가야함을 주장했기에 더욱 그렇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이앤피메디는 모의시험(Pilot study)이나 연구자주도임상(IIT) 등이 아닌 상업목적(SIT)의 불면증 디지털치료기기 확증임상시험에 DCT를 국내 최초로 시도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해당 임상시험에 활용된 제이앤피메디의 ‘메이븐 DCT 스위트(Maven DCT suite)’는 DCT 요소들을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끔 제공함으로써 초기 단계인 국내 DCT 시장에 다양한 시도가 활성화되도록 노력 중이다.
병원중심의 임상시험 방식을 환자중심으로 옮겨온 DCT는 임상시험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임상시험대상자의 참여율을 확대시켜 국내 임상시험 산업의 진일보를 이끌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를 위해 포스트코로나 임상시험 환경변화에 따른 규제 선진화 연구(ARICTT),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KoNECT) 산하의 임상시험 디지털 전환 연구회 등 국내에서도 DCT의 적용과 확산을 위해서 많은 유관기관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하루 빨리 결실을 맺어 선진 의료 데이터 강국 대한민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